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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드디어 통잠을 잤다. 저녁 7시에 잠들어서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났다. 태어난 지 135일 만이다. 그토록 바라던 아기의 통잠을 기억하기 위해 출산부터 135일까지 기록해보려 한다.
출생 ~ 1개월
제왕절개 예정일 이틀 전 새벽에 아내가 배가 아프다고 했다. 불안해서 병원에 전화를 했다. 간호사의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진통 간격을 확인하기 위해 진통 어플을 설치했다. 어플로 진통 간격을 확인 해봐도 불규칙적이어서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잠깐 잠들었는데 아내가 병원에 가자고 깨웠다. 대충 옷을 입고 미리 챙겨둔 출산가방을 가지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에 가면 바로 수술해서 출산할거라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이 안계셔서 그랬는지 무슨 이유인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제왕절개를 하려면 아침 9시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아내는 시간마다 맞을 수 있는 진통제를 맞으면서 버텼고 나는 옆에서 졸음을 참으면서 버텼다. 9시가 돼서 아내는 수술실에 들어갔고 아기가 태어났다. 출산 후 5일은 병원에 입원했다. 5일 동안 간호하면서 아내의 보호자가 됐다는 것을 실감했는데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후에는 산후조리원에 들어갔고 외출이 안 되는 곳이어서 아내는 2주간 감금되어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혼자 있는 2주였다. 2주 후에 아내와 아기가 집에 왔다. 나는 남은 연차,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모두 써서 아내와 같이 육아를 시작했다.
1개월 ~ 2개월
아내는 산후조리원 입소 첫날 24시간 모자동실 이후에 아기를 다룰줄 알게 됐고 나도 아내를 보고 하나씩 할 줄 아는 게 생겼지만 똥기저귀는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아기가 울 때 마다 모유도 주고 분유도 줬는데 그때는 너무 몰랐어서 하루에 1000ml 넘게 먹이는 날이 많았다. 아기는 활처럼 몸을 꺾기도 하고 다리를 팔딱거리기도 했는데 속이 불편해서 그랬던 것 같다. 아기는 듣던대로 2시간마다 먹고 자고 했다. 이때부터 잠을 잠깐 자고 깨느니 밤을 새우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새벽 늦게 잠을 자기 시작했다. 50일 정도 될 때쯤 눈썹도 자라고 아기 얼굴이 좀 더 또렸해졌다. 산부인과와 연결된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찍어주는 50일 촬영을 했다. 무료로 찍는 대신 사진을 다 찍고 나서 영업을 하시는데 그것만 잘 버티면 무료 50일 기념사진을 얻을 수 있다.
2개월 ~ 3개월
2시간마다 먹고 자고 했던 패턴이 3시간 간격으로 늘어났다. 아기 스케쥴을 만들어준다고 고생했던 시기이다. 아기를 재우는게 너무 힘든 시기였다. 수면교육을 하면 좋대서 시도해봤고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버티는 게 너무 힘들어서 며칠 해보고 포기했다. 아기는 응애응애하고 울지 않는다. 숨이 넘어갈 듯이 울고 안아서 달랠 때는 귀에 대고 운다. 아기 울음엔 감정이 담겨있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달래기 시작한 때였던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육아 책도 사보고 유튜브도 찾아보고 하면서 서로 의견을 많이 냈고 몸이 지쳐서 그런지 다투기도 많이 했다.
3개월 ~ 4개월
먹고 자고 하는 패턴이 4시간으로 늘어났다. 먹는 횟수는 줄었지만 한번에 먹는 양이 늘었고 아기 몸무게도 많이 늘어서 오래 안고 있으면 팔이 아프다. 이제는 웃기도 하고 옹알이도 많이 한다. 처음 집에 왔을 때와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할 줄 아는 게 많아졌다. 목욕할 때는 울지 않는다. 엄마, 아빠를 알아보는지 낯선 사람이 말을 걸거나 귀여워해 주면 운다. 아기가 오후 3시 ~ 6시 사이만 되면 이상하게 많이 울고 잠투정이 심해지는 것 같아서 아예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아기가 울어서 나간 산책이었지만 매일 햇빛을 받아서 그런지 내 우울감이 오히려 해소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4개월 ~
뒤집기를 시작했다. 재우려고 눕히면 뒤집는다. 엎드려서 우는데 그냥 두면 숨이 막힐까봐 못 뒤집게 하고 재웠다. 밤에 1시간마다 울어대고 전보다 더 잠을 못 자게 된 것 같았다. 이게 뒤집기 지옥이구나 하면서 어떻게 버티나 유튜브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재울 때 못 뒤집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낮에 뒤집기를 많이 하면서 놀면 잘 때 좀 덜 뒤집는다고도 했다. 속는 셈 치고 낮에 무한으로 뒤집기 놀이를 해줬다. 체력소모가 큰지 잠투정도 줄어들었다. 침대에서도 뒤집을 수 있게 그냥 뒀는데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서 잤다. 그리고 아기가 첫 통잠을 잤다. 육아 선배님들의 얘기를 들으면 지금이 좋을 때라고 하는데 앞으로 어떤 힘든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너무도 바라던 통잠을 잔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쁘다.